[2S73]유럽의 6세대 전투기, 왜 두 개나 필요한가?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아틀랜틱 카운슬 행사에서, 벨기에 국방장관 테오 프랑켄(Theo Francken)은 유럽의 방위산업 정책에 강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그는 유럽이 두 개의 6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 중인 것에 대해 “매우 비효율적이고 답답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이 함께 추진하는 FCAS(Future Combat Air System) 와, 영국, 이탈리아, 일본이 주도하는 GCAP(Global Combat Air Programme) 라는 두 개의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이 병행되고 있다. 프랑켄 장관은 이러한 이원화가 유럽 방위 통합이라는 이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두가 유럽 방위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가장 중요한 장기 투자 사업인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서조차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좌절스럽다”며, “하나의 유럽산 6세대 전투기를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판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켄 장관은 FCAS와 GCAP을 별도로 진행하는 데 드는 총 개발비를 약 500억 유로(약 57조 원) 로 추정했다. 하지만 예상 생산 대수는 각각 수백 대 수준에 불과해, 투자 대비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숫자입니다. 어마어마하죠(just crazy; it's enormous).”
또한 그는 벨기에가 FCAS 프로그램의 옵저버(참관국) 으로 등록되어 있음을 언급하며, 올해 말까지 정식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나는 회의적이다(I’m doubting)” 고 밝혔다.

프랑켄 장관의 이 같은 입장은 최근 유럽 항공우주 업계 내부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얻고 있다. FCAS의 핵심 기업인 에어버스의 CEO 기욤 포리 역시 “FCAS와 GCAP 양측이 각자의 비전이 명확해졌을 때, 함께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GCAP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다쏘(Dassault)의 CEO 에릭 트라피에 는 “꿈꾸는 CEO가 아니라 일하는 CEO가 필요하다”며, GCAP과의 협력론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트라피에는 또한 벨기에가 자국산 라팔(Rafale)이 아닌 F-35A를 선택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벨기에의 선택: F-35A
벨기에는 이미 미국의 F-35A 라이트닝 II 전투기를 도입 중이다. 2018년 34대 도입을 결정했고, 2024년에는 첫 기체가 출고되어 훈련이 진행 중이다. 벨기에는 FCAS 참여 대신, 실전성과 검증이 입증된 미국산 5세대 전투기를 선택한 것이다. 최근에는 추가 11대 도입과 유럽 내 조립 가능성 도 검토되고 있다.
프랑켄 장관은 NATO의 2% 방위비 지출 기준을 언급하며,
“벨기에는 NATO의 창립국이었지만 지난 10~15년간은 모범생이 아니었다. 이제는 다시 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결론: 유럽 방위 통합의 시험대
프랑켄 장관의 발언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유럽이 진정으로 자율적인 안보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6세대 전투기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유럽 방위산업의 협력 의지와 정치적 리더십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FCAS와 GCAP이 끝내 별개로 완성된다면, 유럽은 또 한 번 ‘분열된 전략’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단일 플랫폼을 향한 협력이 이뤄진다면, 유럽은 방위 주권과 산업 경쟁력 모두를 확보하는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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